처음 출근했던 날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너무나 오랜만의 회사 생활이었기에 뭘 챙겨야할지 몰라 배낭에 노트와 필기구 정도만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남편이 차로 데려다주는 내내 긴장과 설렘이 계속해서 온몸을 감싸안았다.
번듯한 회사 건물을 보니 다시금 뿌듯함이 밀려왔다. 한국에서 처음 신입으로 첫 회사를 들어갔을때의 그 느낌과 비슷했다. 앞으로 이 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궁금하고 기대되는. 비록 그때보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의 나와 꼭 닮은 기분이었다.
회사 건물 1층에는 카페도 두개나 있었다. 아침마다 맛있는 라떼를 마시는게 큰 기쁨인 나에게는 더없이 완벽했다. 그날도 카페 한군데에서 라떼를 사들곤 회사가 있는 층수로 향했다.
면접때 이미 뵀던 팀장님의 얼굴을 다시 보니 이미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인냥 반가운 마음이 물밀듯 샘솟았다. 정답게 인사를 나누고 노트북을 받아 내 자리로 안내받았다.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택 근무를 하고 있어 회사 안은 적막했지만, 나에게는 그 적막함 마저도 따뜻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넉넉하고 깨끗한 책상에, 이미 가지런히 놓여 준비된 노트와 포스트잇을 비롯한 문구류들, 그 옆에 놓여진 나의 입사를 환영한다는 말이 쓰여있는 편지 한통. 그 모든 것이 좋았다.
노트북을 셋팅하고 회사 메일함을 들어가보니 오늘의 스케쥴이 적힌 메일이 와있었다. 주로 회사에 대한 소개와 회사 문화, 그리고 회사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회의실로 향하니, 나 이외에도 입사한 사람 두어명 정도가 더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곧 회사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사실 이 회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는 그때서야 대충이나마 알게 되었다. IT 회사가 아닌데다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분야였기에 다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그때는 잘 몰랐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점점 더 회사가 하는 일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말하자면 지질학 전문 컨설팅 회사였다. 주 고객들은 대부분 파이프라인, 광산, 철도 회사들이었다. 회사는 고객들의 자산인 파이프, 광산, 철도 등이 있는 지역의 기후와 날씨 및 지질 상태들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위험 분석을 해주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개발팀은 회사 전체 규모에 비하면 아주 일부분에 불과했다. 나와 함께 입사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지질학 전공인 사람들이었다.
개발팀은 그런 지질학 전공인 사람들이 위험 분석을 하거나 고객들의 자산 목록을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기능을 제공하는 웹앱을 만들고 있었다.
생소했지만 그렇기에 흥미롭기도 했다. 넓디 넓은 캐나다이기에 주 고객인 회사들은 하나같이 거대한 자산들을 가지고 있었다. 캐나다 대륙 전체를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 회사도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관리하고 분석하는 것도 참 보통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완전 새로운 분야의 도메인 특화 개발팀에서 나의 첫 개발자로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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