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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 대한 단상

다정했던 마르코

by 개발자 민디 2022. 1. 26.

 

나는 코로나가 한창일때 입사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은 이미 재택 근무 중이었고, 나 역시도 입사 3일차부터는 재택 근무를 시작했다. 실제로 본 사람은 팀장님이 전부였다.

 

처음 팀원들과의 만남은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처음 스탠드업 미팅에 들어가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비디오를 꺼놓고 있었다. 팀장님이 나를 소개하며 새로운 팀원이 왔으니 카메라를 켜고 각자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라고 하자 그제서야 한두명씩 카메라를 켜기 시작했다. 

 

화상으로 나누는 인사는 참으로 멋쩍었다. 그 이후로는 또다시 모두들 카메라를 끄고 회의를 했기에 팀원들의 얼굴을 본것은 그날 하루 뿐이었다. 나 또한 카메라는 첫날 인사를 하면서 켠게 끝이었다. 본디 내향적이라 내게도 그게 편하긴 했다.

 

그러나 편한다고 다 좋은게 아니었다. 막상 일을 시작하면서 팀원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실제로 본적이 없으니 팀원들과의 마음의 거리가 북미 땅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되는 것마냥 멀게 느껴졌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내가 물어봐도 괜찮을지, 귀찮게 하는건 아닐지, 온갖 걱정스러운 마음들이 뒤섞여 차마 쉽게 메세지를 보낼 수 없었다. 

 

그때 마르코는 나에게 구세주가 되어주었다.

 

마르코는 시니어 개발자였다. 내 최종 면접의 면접관이기도 했다. 콜롬비아에서 왔다는 마르코는, 첫 인상은 면접때라 그랬는지 살짝 딱딱했지만 알면 알수록 유쾌하고 긍정적이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회의 때마다 꼬박꼬박 카메라를 켜는 몇 안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입사하고 마르코에게 프로젝트 전반적인 부분들과 기술 스택들에 대한 오버뷰도 들었던지라 다른 팀원들에 비해 좀 더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하다 막힐때면 어김없이 Slack에서 마르코 이름을 찾아 "마르코, 잘 하고 있지...?"로 시작하는 질문 메세지를 보내곤 했다.

 

마르코는 정말 친절했다. 매일같이 질문을 하는 내가 귀찮을만도 한데, 늘 한결같이 메세지에 웃는 이모티콘과 따봉을 붙여주곤 했다. 전화 통화를 할때도 "How are you?"라는 인사에 항상 특유의 발음으로 "Good, good!!"하고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나는 그의 그런 친절함 한조각 한조각이 목이 메일 정도로 고마웠다.

 

그는 내가 일 하나를 끝마칠때마다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를 늘 잊지 않았고,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면 팀원으로써 자신이 해야할 일을 했을뿐이라고 말하곤 했다. 질문을 하면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설명해주었으며, 간혹 실수를 하더라도 실수하는게 당연한거니 걱정말라고 다독여주었다. 시간을 들여 내가 맡은 이슈를 함께 봐주었고, 함께 해결한 이슈를 나의 공으로 돌려주곤 했다. 나의 이직 소식을 알렸을때에는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응원해주었다. 

 

결국 마르코는 마지막날까지 화면으로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실제로 만나온 그 어느 누구 못지않게 한없이 가깝고 친근한 사람이 되었다.

 

다정했던 그의 말한마디, 웃음기 가득한 그의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언젠가 그를 만나 그가 좋아한다는 찐한 커피를 사주고 함께 유쾌한 수다를 떠는 상상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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