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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 대한 단상

쉽지 않은 아마존 적응기

by 개발자 민디 2022. 3. 7.

 

아마존에 합격했을땐 좋았지만 막상 입사를 앞두고나니 불안함과 초조함이 몰려왔다. 아마존 많이 빡세다고 들었는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들어가면 엄청 열심히 일해야 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자 부담감이 늘어났다.

 

입사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부담감은 점점 커졌고 급기야 아직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지치는 느낌이었다. 아이고야, 입사 하기도 전부터 퇴사가 간절한 이 심정이 말이나 되나.

 

그리고 드디어 첫 날이 다가왔다. 첫째날엔 매니저와 아침에 화상 미팅이 잡혀있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처음으로 만난 매니저는 인상 좋고 푸근해보이는 백인 아저씨였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매니저와 같이 회사 랩탑 셋팅을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셋팅을 완료하며 짧은 미팅을 끝냈다.

 

매니저가 나의 온보딩(회사 적응?)을 도와주는 사이트를 알려줘서 들어가봤다. 그곳에는 간략한 우리 팀 소개, 매니저의 인사말과 함께 나의 온보딩 버디가 누군지 적혀있었다. 그리고 무려 3개월에 걸쳐서 듣고 보고 배워야할 수많은 강의 코스가 쭈욱 나열되어 있었다. 첫날에 할것들, 1주차/2주차/1달차/2달차/3달차에 할것들이 카테고리화 되어 있었다. 와 역시 대기업은 대기업이구나. 생각해보니 삼성에 다녔을때에도 기업의 역사, 문화, 각종 툴 등을 배우느라 몇달이 걸렸던 것 같다. 

 

강의 목록들을 쭉 살펴봤다. 개발 환경 셋팅하는 방법, 아마존의 역사와 문화, 리더십 원칙(LP)과 관련한 자세한 설명들, 각종 복지 관련, 아마존 개발 툴들, 개발 관련 간단한 실습 및 첫 코드 리뷰 보내는 법, 온콜에 대한 설명, 보안 관련 강의 등등 들어야 할 게 산더미였다. 지난번 회사처럼 최대한 빨리 팀에 적응해서 빨리 일을 시작해야지 했는데 이건 뭐 적어도 한달은 강의 듣는데에만 매진해야 할 것 같았다.

 

아직 팀원들을 만나진 못했지만 온보딩 버디에게는 인사를 먼저 해두는게 좋을것 같아서 말을 걸었다. 온보딩 버디와 반갑게 인사를 하곤 간단히 화상 통화도 했다. 첫인상도 좋고 되게 친절해서 좀 마음이 놓였다.

 

랩탑 셋팅하고 온보딩 사이트에 있는 첫날 해야할 일 목록들 하고나니 첫날은 아주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 다음날은 처음으로 팀 스탠드업 미팅에 참여해 팀원들과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이니 비디오를 켜고 간단한 소개를 하고 인사를 했다. 그래도 지난번 회사는 처음 인사를 할때에는 다들 한번씩 비디오를 켜고 인사했는데 이번 팀은 매니저와 한두명 정도만 켰을 뿐이었다. 음, 팀원들 이름이랑 얼굴들 매칭하고 기억하려면 한참 걸리겠다 싶었다.

 

그 다음부터는 한동안 수많은 강의를 듣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마존에서는 배워야 할게 정~~~말 많았다.

 

면접때도 리더십 원칙을 엄청 강조했는데 입사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각각의 리더십 원칙들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 강의들이 쭉 있었다. 이 리더십 원칙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언제 얘기를 꺼냈고, 얼마나 강조했으며, 일할 때 어떤 식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등등 자세한 내용들을 알 수 있었다.

 

개발 환경 관련해서도 배워야 할게 산더미였다. 코드 관리 시스템, 빌드 시스템, 코드 배포 CI/CD 시스템, 테스트 및 모니터링 시스템, 백엔드 프레임워크 등등 아마존이 독자적으로 만든 시스템들이 너~~~무 많았다. 정말이지 모든게 다 새로운 것들이었다.

 

관련 강의들이 있어서 열심히 듣고 예제도 열심히 따라했지만, 사실 그 당시에는 하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따라하기만 급급했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머릿속에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매일 스탠드업 미팅에 참여하긴 했지만, 팀원들이 하는 얘기가 무슨 얘긴지 반도 못알아들었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개발 툴들 이름과 내가 모르는 프로젝트 내용과 그밖의 수많은 줄임말 덕분이었다. 

 

지난번 회사에서는 입사하고 일주일도 안되어 코드 리뷰를 보내고 커밋을 했는데 아마존에서는 입사한지 한달이 다 되어가도록 여전히 모르는것들 투성이라는 생각에 나의 조급증이 다시 슬슬 고개를 처들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제대로 일을 맡아서 해야 할텐데. 그래야 팀에서 인정을 받을텐데. 왜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지? 나보다 2주일 전에 입사한 사람과 나보다 일주일 후에 입사한 사람은 벌써 뭔가를 하고 있는것 같은데. 왜 나만 벌써부터 뒤쳐지는 것 같지?

 

남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코드는 줄을 짰는지, 코드 리뷰는 몇개를 보내는지, 스탠드업 미팅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하나 신경이 쓰였다. 회사 사람들에게 인정 받아야 것만 같다는 생각들이 나를 또다시 옥죄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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