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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 대한 단상

짤려도 괜찮아

by 개발자 민디 2022. 4. 1.

 

요즘 매일같이 세뇌하듯 반복하는 말이 있다. "짤려도 괜찮아."

 

일하다가 막힐때, 잘해내지 못할거라는 불안함이 들때, 일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질때마다 극도로 초조해하고 긴장하는 내게 필요한 말이다. 뭐어때, 그래봤자 짤리기밖에 더해?

 

나에게는 쓸데없이 좀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더군다나 남편의 말에 의하면 나는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하기로 계획했던 일들에 문제가 생기고 시간이 걸리기 시작하면 나는 점점 멘탈이 나간다. 오늘 끝내기로 한 일이 끝나지 않으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 결국 야근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끝내거나 진전을 보여야만 한다. 

 

그런데 이런게 하루 이틀 쌓이다보면 나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게 되고, 결국 어느날에 펑하고 터지면서 역시 개발은 못해먹겠다고 분노하게 된다.

 

남편이 늘 말한다. "아니 천천히 해도 돼. 다 이유가 있어서 늦어진거잖아. 왜 이렇게 마음이 급해?"

 

그러게,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급할까. 뭔가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잣대가 있어서인지, 남들도 나를 나와 같은 기준과 잣대로 평가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 기준에서 보면 나는 하기로 한 일을 못끝내고 계속 질질 끄는 사람이 되는 셈이다. 

 

기껏 캐나다까지 와서도 한국인의 성질 급함을 못버리고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내가 못내 짠하다. 도대체 왜 그러고 사는거니.

 

나의 사고방식의 흐름을 가만히 살펴봤더니 이런 식이다.

 

내가 계획했던 일을 못 끝낸다 -> 스스로가 정한 기준보다 오래 걸리니 불안해진다 -> 남들이 나를 "저거 가지고 왜 이렇게 질질 끌어?"라고 생각할까봐 두렵다 -> 그러면 평가도 당연히 안좋아지겠지 -> 평가를 잘 못받아서 짤리면 어떡해??? -> 패닉

 

나도 안다. 이건 분명 자의식 과잉이다. 남들은 내가 하는 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시시콜콜 궁금해하지 않을 거란걸 말이다. 매니저는 좀 궁금해하겠지만 오래 걸리는 이유를 말하면 분명히 납득할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하다. 나만 이렇게 헤매고 있는것 같고, 남들은 다 자기 일을 알아서 잘 하고 있는것 같고, 내가 멍청한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하루종일 바쁘게 뭔가는 했는데 결과가 마땅치 않을 때는 정말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의 멘탈 케어를 위한 방법을 찾기로 했고, 그게 바로 이거다. 짤려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말해주는 것. 그깟 회사 하나 짤린다고 나 안죽을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

 

그러면 생각의 회로가 다음과 같아진다.

 

내가 계획했던 일을 못 끝낸다 -> 스스로가 정한 기준보다 오래 걸리니 불안해진다 -> 남들이 나를 "저거 가지고 왜 이렇게 질질 끌어?"라고 생각할까봐 두렵다 -> 그러면 평가도 당연히 안좋아지겠지 -> 평가를 잘 못받아서 짤리면 어떡해??? -> 짤려도 괜찮아 -> 아 오키

 

그럼 순간적이나마 마음이 좀 진정된다.

 

살다보니 내 멘탈을 제대로 잡는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멘탈이 무너지는 순간, 아무리 천국 같은 곳이어도 순식간에 지옥이 된다. 한발짝 멀리서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데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끊임없이 허우적거리게 된다. 모든 순간순간이 고통스러워진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한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감정과 정신 상태를 다잡기 위해 앞으로도 온갖 방법을 강구해 볼 예정이다. 일단 오늘은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외쳐본다. 

 

괜찮아, 짤려도 ! 짤려도 괜찮으니 걱정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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