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결국 울었다. 백엔드 서버를 띄워보려는데 에러가 나면서 안되길래 내부 문서 뒤져가며 이것저것 해보길 세시간째였다. 그러나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팀 채팅방에 물어봐도 별다른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오늘 하려고 했던 일은 아직 손도 못댄 상태였다. 불길한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다. 이대로라면 이 이슈를 계속 해결 못해서 오늘도 내일도 제자리일텐데.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스프린트는 끝나가는데. 이걸 다음 스프린트로 미뤄도 되나. 이러다가 한달이 걸려도 일을 못끝내면 어떡하지. 팀원들과 매니저가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는거 아냐?
아주 짧은 시간에 이렇게 무수히 많은 생각을 거치고나면 거대한 압박감에 사정없이 짓눌리는 기분이 든다. 으아 다 때려치고 도망가고 싶어!!! 눈물이 고이다 이내 톡 떨어진다.
울상을 지으며 옆에서 일하고있는 남편을 바라본다. 무슨 일이냐며 다가온 남편은 내가 미주알고주알 하소연하는걸 들어주고는 원래 다 그렇게 삽질하며 배우는거라고 나를 다독인다. 잔뜩 스트레스 받고 겁먹고 두려워하고 화나있는 나를 차분히 달래주며 천천히 로그 하나하나 확인하고 검색해보고 시도하다보면 해결될거라고 말한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한번 로그를 뚫어져라 노려다보면 이상하게 아까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던 로그가 뭔가 이해가 될듯하면서 '어 혹시 그거 때문인가?'하며 번쩍이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이내 문제를 해결하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나를 남편은 아주 웃겨죽겠다는듯 쳐다본다.
요즘 일의 감각이라는 책을 보는데, 어떤 전문직이든 무조건 도제(apprentice)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전문가의 길로 갈 수 있다고 한다. 도제 과정은 힘들다. 모든게 다 새롭기에 늘 두렵고 겁이 나며, 익숙하지 않기에 각종 실수를 저지르고 혼나기도 한다. 때로는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일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고,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기보다는 남이 시키는 일을 해야만 한다.
나는 지금 도제 과정을 거치고 있어서 참 힘들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벌벌 떨고, 일하다가 막히면 도무지 왜 안되는지 몰라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반면 시니어를 바라보는 남편이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느긋해보인다. 표정은 평온하지만 손은 아주 빠르게 움직인다. 마우스를 거의 쓰지 않고 키보드 단축키를 적극 활용해 코드 이곳저곳을 쉼없이 왔다갔다하는데 그 모든 과정이 마치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터미널 여러개를 띄워놓고 필요한 일들을 병렬 처리하는건 기본이다.
내가 오늘처럼 스트레스를 받아할때 남편은 말한다. "한번에 될거라고 생각하지마. 그냥 한번에 안되는게 당연한거라고 생각해." 비슷한 말을 어떤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모든 일을 할때 "괜찮아, 어차피 잘 안될거야"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면 실패에 너무 좌절하지 않게 된다고. 수많은 실패의 경험들이 이런 단단한 마음가짐을 만들어 주나보다.
이런 불안함과 답답함이 가득한 시기를 지나야만 더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겠지. 어쩔 도리가 없다. 그저 버티며 주어진 것들을 최선을 다해 해나가는 수밖에. 내일의 나는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어서 이 모든것에 익숙해져서 평온한 마음으로 개발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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