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이러했다. 일단 밴쿠버에는 개발자 일자리가 많이 없는 편이다. 그나마도 Co-op이라고 불리는 인턴 제도가 발달되어 있어, 회사들에서는 인턴으로 먼저 사람을 뽑은 후 그 중에서 괜찮은 사람들을 정직원으로 전환시키는 형식으로 주니어를 뽑는다. 그래도 모자라는 경우에는 주니어 일자리 공고를 내게 된다.
그러다보니 주니어 공고가 별로 없다. 그러나 매해 밴쿠버에 있는 4년제 대학, 2년제 대학, 온갖 개발 학원들을 통해 개발 지원자들은 계속 쏟아져 나온다. 그러니 주니어 일자리가 한번 올라오면 지원자들이 미친듯이 몰려드는 것이다.
그래서 난 그날부터 구인 사이트에 올라오는 신입 개발자 일자리란 일자리는 다 지원했다. 보아하니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수십개의 회사에 지원을 했는데 답변이 온 곳은 열개도 채 안됐고, 그나마도 면접을 볼 기회도 없이 탈락했다는 답변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초조해져만 갔다. 혼자 공부한걸로는 역시 안되는걸까, 이제라도 취업 연계되는 개발 학원을 다녀야하나, 이렇게 계속 취업이 안되면 어떡하지, 대학원이라도 가야하나,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그렇게 별 소득없이 두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메일함을 확인했는데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와있었다. 또 떨어졌나보다, 싶은 마음에 큰 기대없이 메일을 열었는데 나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첫 서류 통과라니! 정말 너무너무 기뻤다. 당장 답메일을 보내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처음 전화 인터뷰는 30분 정도로 간단했다. 회사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해주고 개발 관련해서는 기초 지식 정도를 물어보길래 수월하게 대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대면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 그때가 2020년 3월경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코로나가 난리인지 오래였고, 캐나다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많아지는 추세였다.
회사에서도 재택근무로 점점 전환하게 되며, 나의 면접도 온라인으로 하냐 오프라인으로 하냐 몇번 논의가 오간 끝에 그래도 오프라인으로 잡히게 됐다. 면접 날까지 할 수 있는건 다 한 것 같다. 매일 릿코드에서 알고리즘 문제 풀고, 코딩과 개발 관련 면접 질문 리스트 정리해서 공부하고, 인성 관련 질문 및 답변도 달달 외우다시피 했다.
특히 나는 개발쪽으로 제대로 일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나 혼자 진행해본 개인 프로젝트가 개발 경험의 전부였다. 스스로가 봐도 부족한 경험에 초조한 마음이 하루가 다르게 커져만 갔다.
그리고 드디어 면접날이 밝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하고 회사 건물로 향했다. 추위와 긴장으로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럼에도 되게 번듯해보이는 회사 건물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전 회사에서 어두컴컴하고 카펫 사이 먼지 잔뜩 낀 방 하나짜리 주거용 콘도에서 열명이 넘는 사람들과 일했다보니, 이렇게 멀쩡해보이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로비에 앉아 잠시 대기하고 있자, 곧 면접을 볼 팀장님이 오셨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인터뷰를 할 미팅룸으로 들어갔다. 면접관은 총 두명이었는데, 한명은 재택근무로 인해 화상 미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내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들과 예전 회사 관련 질문들, 그리고 인성 질문들이었다. 준비했던대로 열과 성의를 다해 대답했다.
그 다음은 개발 관련 질문들이었는데 여기서부터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바스크립트를 쓰긴 했지만 그마저도 오래전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자바스크립트 관련 질문이 계속 들어왔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들이었는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엄청 버벅였다. 아, 망했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찌저찌 넘어가 이젠 인터뷰의 꽃, 코딩 테스트를 할 차례였다. 문제를 봤는데 내 예상보다 쉽고 간단했다. 떨리는 마음을 잘 추스리며, 여러 질문들을 통해 인풋과 아웃풋을 정의하고, 내가 생각한 알고리즘을 설명하고, 조건에 맞게 함수를 짜기 시작했다. 느낌상이었지만 면접을 보던 팀장님의 얼굴이 살짝 밝아진것 같았다.
코딩을 끝낸 후 코드에 대한 설명도 마치고, 관련 추가 질문도 무사히 대답할 수 있었다. 면접관들의 표정을 보니 제법 만족스러워 하는것 같아 한시름 놓았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결과가 발표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3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조심스레 결과를 물어보는 이메일을 보냈다.
생각보다 빨리 답메일이 왔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봤다. 메일 내용은 이러했다. "지금 코로나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모든 인터뷰 관련 일정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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