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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 대한 단상

나이 서른셋에 신입이면 좋은 점

by 개발자 민디 2021. 12. 13.

 

돌고 돌아 다시 개발자로 일을 제대로 시작한지 이제 일년 반 정도 지났다. 한국에서 계속 일했으면 책임(과장)급이 되고도 남을 나이에 신입 개발자로 일하려니 조금 쑥스럽기도 한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약간의 부끄러움만 극복하면 생각보다 좋은 점들이 많다!


1. 마음 편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건 마치 인생 2회차인 것처럼 신입 2회차지 않은가. 회사 생활에 대해 이미 아는게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학 졸업하고 처음으로 일을 시작할 때는 회사 생활이 처음이라 긴장이 바짝 들어가 있었다. 실수할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이건 이래도 되는지, 저건 저래도 되는지 모르는것 투성이었다. 회사 사람들은 어떻게 대해야 하고, 상사에게 보고는 어떻게 해야 하며, 이메일은 어떻게 써야하는지 등등 모든걸 다 배워야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그런것들은 다 배웠지 않은가. 나는 마음 편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2. 하는 일도 쉽다.

나이는 있지만 어쨌든 주니어지 않은가. 나에게 맡겨지는 일들은 쉬운 편이다. 

 

시간이 지나며 회사 생활에 익숙해지면 1번과 같은 스트레스는 점차 없어질 수 있으나, 자연스레 직급이 높아지면서 점점 더 큰 일, 더 어려운 일들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1번의 스트레스도 없으면서 직급이 주니어니 하는 일도 쉽다. 이 얼마나 개꿀인가. 같은 나이대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골치 아픈 일들을 하니 좋지 아니한가.

 

3. 신입으로써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할 데가 많다.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이제 다 시니어급이다. 그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요즘 신입들에 대한 불평과 불만도 가끔 듣곤 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신입으로써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잘 보일 수 있을지를 알게 된다.

 

내가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에는 주변 친구들도 당연히 다 처음 사회 생활을 해보는 것이기에, 그저 같은 고민들을 공유할 뿐 서로에게 해결책을 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주변에 회사 생활 조언을 구할 과장/부장님들이 참 많다.

 

4. 좀 더 나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일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일하는 노하우가 좀 쌓여 있기에,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게 된다. 회사가 다가 아니란 것도 어느정도 알게 돼서, 일을 할 때에도 무턱대로 시키는 일만 하기 보다는 이게 나한테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좀 더 따져볼 수 있다.

 

어렸을때에는 소심해서 뭐 하나 물어보는것도 잘 못했는데, 이제는 하다가 답답하면 그냥 물어보게 된다. 매니저에게 말 거는 것도 두렵지 않다. 어차피 비슷한 또래인데 뭐.

 

세월이 지나면서 쌓인 어느정도의 뻔뻔함에 주니어라는 자유로움이 더해지면 그 무엇도 두려울 게 없다.

 

5. 겸손해질 수 있다.

아무래도 같은 주니어인 대학을 막 졸업한 나이 어린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일하게 될때가 많은데, 요즘 애들은 진짜 똑똑하고 현명하고 배울 점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나이대의 나를 되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

 

내가 시니어였다면, 아무래도 주니어들과 같이 일한다기 보다는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기에, 그들의 장점보다는 부족한 점들이나 보완해야 할 점들이 좀 더 잘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같이 일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그들이 어떻게 부딪히고 배우며 성장하는지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고, 그게 나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그러면서 역시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에게서나 배울 점이 많구나 다시금 생각하며 겸손해지게 된다.


이렇게 적고 보니, 역시 이만하면 나이 많은 신입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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