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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했던 마르코 나는 코로나가 한창일때 입사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은 이미 재택 근무 중이었고, 나 역시도 입사 3일차부터는 재택 근무를 시작했다. 실제로 본 사람은 팀장님이 전부였다. 처음 팀원들과의 만남은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처음 스탠드업 미팅에 들어가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비디오를 꺼놓고 있었다. 팀장님이 나를 소개하며 새로운 팀원이 왔으니 카메라를 켜고 각자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라고 하자 그제서야 한두명씩 카메라를 켜기 시작했다. 화상으로 나누는 인사는 참으로 멋쩍었다. 그 이후로는 또다시 모두들 카메라를 끄고 회의를 했기에 팀원들의 얼굴을 본것은 그날 하루 뿐이었다. 나 또한 카메라는 첫날 인사를 하면서 켠게 끝이었다. 본디 내향적이라 내게도 그게 편하긴 했다. 그러나 편한다고 다 좋은게 아니었.. 2022. 1. 26.
인턴들로 돌아가는 회사 아마 다른 회사들도 그렇겠지만 우리 회사도 참 Co-op(인턴)들이 많았다. 열명 남짓한 개발자들 중 인턴들이 항상 세명쯤은 있었으니 꽤 높은 비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시니어 개발자들을 제외하면 인턴이 아닌 주니어-미드급 개발자는 세명 정도가 다였다. 그러다보니 코드 중 많은 부분이 인턴들에 의해서 짜여졌다. 열심히 일해준 인턴들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지만, 문제는 그들은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만 하고 남겨진 코드의 유지보수는 고스란히 남겨진 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나마 문서화를 잘해놓으면 괜찮겠으나, 우리 팀은 문서화에 취약했다. 프로젝트가 한창 커나가는 때였어서 매 스프린트마다 새로운 요구사항들이 쏟아졌고, 그것들을 구현하느라 바빠 늘 문서화는 뒷전으로 밀렸다. .. 2022. 1. 18.
나는야 GIS 엔지니어들 사이의 외로운 개발자 내가 일하던 회사는 IT회사가 아니라 지리학/지질학 도메인 특화 회사였다. 그래서 회사의 대부분은 그쪽 관련학과를 전공해서 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다보니 회사 차원에서도 GIS 엔지니어에게 제공하는것들이 훨씬 많았다. 우리 회사에는 도서관이 꽤 크게 있었다. 처음 면접보러 갔을 때부터 도서관이 한쪽에 크게 있어서 감탄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막상 대부분의 책들은 다 GIS 관련 책들이었다. 개발이나 컴퓨터 공학 관련 책들은 거의 없어서 내가 보고 싶어하던 책은 도서관에 구매 요청을 해서 봐야만 하는 식이었다. 매년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교육도 참 많았는데 대부분은 GIS 관련이었다. 나는 개발 관련 교육을 듣고 싶었는.. 2022. 1. 11.
조급함은 나를 병들게 한다 나는 마음이 급했다. 나이도 어느정도 있고 이미 회사 경력도 있으니 어서 다시 자리를 잡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사 2일차에 회사 프로젝트 개발 환경 셋팅 및 빌드를 끝내고, 일을 달라고 징징 졸라대서 3일차부터 티켓을 받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한 일주일은 마음 편히 갖고 전반적으로 개발팀이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그 프로젝트는 어떤 구성으로 되어 있는지,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뭔지, 좀 큰 그림을 봤어야 이해가 더 빨랐을텐데. 그때의 나는 하루라도 빨리 성과를 내서 하루라도 빨리 인정을 받아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티켓을 받으면 무조건 하루 내에 처리, 늦어도 2~3일내에 처리해야 마음이 편했다. 그때까지 나는 한국식 문화를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시.. 2022. 1. 4.